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경제의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
“두루 돌아 다니며 안목을 넓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경쟁력 강화는 공공기관을 포함한 비교역 부분(non-tradable sector)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경쟁만 해서는 안되겠지만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분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선진경제 모델에 다가설 수 있는 방법입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LA한인 경제인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의 현황과 향후 전망’이라는 강연을 펼치며 강조한 내용이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에서 물러난 후 지난 1년 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한국경제 정책 과목을 개설 강의해 왔으며 귀국에 앞서 LA를 방문해 이날 강의가 이뤄졌다. 런천 포럼 형식으로 열린 이날 강연은 LA한인상공회의소와 LA중앙일보가 공동주최했으며 윌셔은행과 한남체인이 공동 후원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김 전 총재는 “그동안 여러 곳에서 강연할 기회가 많았다. 그 때마다 강의 내용이 어떻게 해석되고 또 판단할 지 염려되는 바가 있었다”며 “그래도 나름대로 지난 1년간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을 중심으로 귀중하게 마련한 자리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재의 강연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됐다. 김 전 총재의 강연 내용을 지상중계 형식으로 쫓아가 본다.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
김 전 총재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이머징국가라는 서로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IMF에서는 선진경제로 평가하고 있지만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이머징그룹으로 그리고 FTSE에서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평가의 중요성은 한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1970년대 12.5%에서 2013년 62. 4%까지 성장한 점과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의 전환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세계신용평가기관들이 유일하게 한국신용등급을 업그레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세계 빅3(미국 중국 EU)와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한 규모있는 나라라는 점도 기억하자고 말했다. 물론 한국이 아직 선진경제도 또 그렇다고 개도국도 아닌 중간 상황에 있으며 과연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알아보자고 제시했다.
금융위기 후 세계경제 이슈
김 전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오는 9월이나 12월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어떤 변화가 생길 지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총재는 청화대 경제수석으로 있으면서 한미FTA를 준비하던 일화를 소개하며 미국과의 FTA에 주위의 반대가 많았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세계 1등 국가인 미국과의 FTA에서 잃을 것이 많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자신은 강력하게 주장했었다며 손해보는 일도 있겠지만 거기에서 경험하고 배우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데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전과 전망
김 전 총재는 한국은 지금 고령화 문제 고학력 여성 인력 활용이 매우 낮은 나라이며 외환 위기 위후 소득편중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 연금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안정을 이루어야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서비스 섹터의 생산성도 현재의 53% 수준에서 OECD 수준(87%)까지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비전을 설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그런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분배도 늘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1947년 6월 6일 서울 출생 ▲1966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66~197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1974~1979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9~1983년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수석연구원 ▲1993년 4월~1995년 1월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1급) ▲1997~1998년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2002년 8월~2005년 8월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2007년 2월~2008년 2월 한림대학교 총장 ▲2008년 2월~2008년 6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08년 9월~2010년 3월 주 OECD대한민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 ▲2010년 4월~2014년 3월 31일 한국은행 총재
주요 저서로는 주택보급현황과 당면과제(1984년 한국개발연구원) 국민연금제도의 기본구상과 경제사회 파급효과(공저.1986년 한국개발연구원)이 있다.
김문호 기자